예전에도 몇번씩 이야기 했던 것이지만, '우리말로 된' 해군, 해전사 관련 서적은 - 적어도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는 - 그 수가 극히 제한적인데다, 그나마도 '옛날책'들이 태반이라 새로 이 분야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사람이 쉽게 구해읽을만한 책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연합함대 그 출범에서 침몰까지 : 태평양전쟁과 일본 연합함대'는 태평양 전쟁 전체를 조망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하게도 일본 해군의 입장에서 보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구하기 쉬운 새 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처음에 이 책을 집어들면서 기대했던 바는 '연합함대 그 출범에서 침몰까지'라는 제목처럼 일본 해군의 성장기에서 전성기, 쇠퇴기를 모두 다룬 책이었지만, 주된 무게는 '태평양전쟁과 일본 연합함대'에 실려 있지요. 때문에 '어떻게 싸웠나' 보다는 '어떻게 싸움을 준비했나'에 더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일반인들의 관심의 초점이나 책의 분량을 생각해 본다면 당연한 결과고, 첫장에서 연합함대의 발전 과정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짚고 넘어간 것 만으로도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고 봅니다. 또한 태평양 전쟁의 해전사를 다룬 기존 서적들의 경우 전투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추거나(2차대전 해전사) 특정 전역으로 시야가 제한되어 있었다는 점(헨더슨 비행장)을 생각해 본다면 이 책은 태평양 전쟁이라는 방대한 주제에 대해 이해의 큰 틀을 잡게 해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아쉬움이 더욱 많이 남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가장 아쉬운 점은 해전 설명에 필수적인 요도(要圖)가 없다는 것입니다. 전투가 어떻게 진행되었나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각 함정들이 어떤식으로 기동했는가를 일목 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는 요도의 역할이 큰데, 이 책에서는 오로지 글로서만 해전 양상을 설명했기에 과연 특정 해전이 어떻게 진행되었나에 대해 독자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거니와, 비슷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면서(사실 대포쏘고 어뢰가 달리는건 매한가지니까요) 꽤 지루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대충 각 해전의 진행 양상을 알고 있는 저도 이런데 처음 해전사를 접하는 독자가 과연 이런 설명을 읽고 어떤 첫인상을 갖게 될지는 짐작이 가는 문제입니다.
다음으로 아쉬웠던 점은 참고서적으로서의 가치가 제한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책을 한번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두고두고 필요할때마다 해당 부분을 참고할 수 있어야 할텐데, 이 책은 색인이 없어서 특정 내용을 참고하려면 오로지 그 내용이 어디쯤 있었다는 독자의 기억에만 의존해야 합니다. 더구나 참고도서 목록도 없어서 이 책을 읽은 후 보다 깊이있게 파고들려는 사람에게 방향을 제시해주는 안내지도 역할도 해 주지 못합니다. 이런 점은 입문서로서는 좀 심각한 단점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사건-일화-사건-일화가 반복되는 식의 서술도 참고서적으로서의 기능에는 악영향을 끼칩니다. 지루한(!) 해전 이야기 사이사이에 분위기를 바꿔주는 역할도 중요하긴 하지만, 나중에 특정한 일화를 다시 참고하는데는 좀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죠. 더구나 연합함대와는 무관한 일화나 앞뒤 사건과 거리가 있는 일화도 종종 있어서 오히려 흐름을 끊어놓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사실관계가 부정확하거나 서술이 명확하지 못한 부분도 상당히 눈에 띄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VT신관에 대해 설명하며 40mm 보포스 대공포에 사용되어 위력을 발휘했다는 설명이었죠. (실제로는 소형화의 한계때문에 5인치 대공포에서 사용되었습니다. 전후 40mm포가 빠르게 3인치 대공포로 교체된 것도 3인치 대공포가 VT신관을 사용할 수 있는 최소 구경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필리핀해 해전에서 미군 공격대의 피해가 컸던 것이 조종기량에 문제가 있었다는 식으로 쓴 부분(그것도 '문제가 있었던듯'이라며 추측어법으로 - 실제로는 항속거리 문제가 컸습니다), 기리시마에게 사우스다코타의 3번 포탑이 '파괴'당했다는 설명 등이 있었습니다. 전투 결과 면에서도 미군의 피해를 '구축함 몇척 또는 순양함 몇척' 식으로 애매하게 쓴 부분이 간혹 보이더군요. 미군측 자료를 참고하면 바로 답이 나올 문제인데, 지나치게 일본쪽 자료에 편중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또한 일본쪽 시각이 반영된 '아쉬운' '안타까운'류의 수식어도 그다지 적절해 보이진 않았습니다.
확실히 해전사에 막 입문하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찬밥 더운밥을 가릴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만, 이 책을 사면서 느낄 기대감이 다 읽은 후 만족감으로 바뀔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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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RSS 주소 : http://danew.net/warship/rss/comment/82오옷...3개월만에 드디어 복귀하셨군요!! 보고싶었습니다.(도망간다) ^^;
저도 보고 싶었어요. ㅜㅠ
에.. 귀한글 잘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 대해 제 의견을 이야기 하자면요.. 이 분 책 쓰는 스타일이 원래 그렇습니다.. 방대한 주제를 제한된 페이지에 풀어내야 하는 조건 때문에 보통은 저런 식으로 책을 역어 내더군요...
저도 ???님께서 지적하신 부분이 꽤나 아쉬운 부분이고.. 지나치게 일본쪽 자료만 참조한 나머지 개념없는 무뇌아들에게 쪽발이 찬양서란 식으로 매도당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합니다...^^
저와 똑같은 생각이시군요. 저도 처음 보고 어떻게 지도가 한장도 없냐라는 불평을 했습니다. 라바울이 어디고 포트 모르즈비가 어딘줄 알아야 이해를 할 텐데요.
저자와 이야길 해 봤는데, 지도를 넣을 돈이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으음...
"지휘를 잡았다" 같은 표현이 자주 눈에 띄던데...이거 한국에서도 이런 표현을 쓰는가요? 일본어책을 서툴게 번역한 걸 읽는 기분이 간혹 들더군요...
그래도 저처럼 해전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재미있게 읽을 만했다고 생각합니다.
안녕하세요. 링크신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