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바꾼 해전'을 꼽을때 살라미스 해전, 레판토 해전, 트라팔가 해전 등과 함께 빠지지 않는 것이 미드웨이 해전입니다. 특히 수백, 수천년 전에 벌어진 다른 해전과는 달리, 대부분의 해전 팬에게 익숙하고 관심을 끄는 2차대전 당시의 해전이기에 어떤 식으로 전투가 진행되었는지 가장 잘 알고 계실 해전이기도 할겁니다. 특히 일본측의 잇다른 판단착오와, 미군측에 편중된 행운으로 인해 '한끗'차이로 승패가 결정되었고, 태평양 전쟁의 흐름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그 어떤 해전보다도 드라마틱한 해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미드웨이 해전을 다룬 책들이 '일본을 파멸시킨 전투 Midway: The Battle that Doomed Japan, the Japanese Navy's Story', '믿을 수 없는 승리 Incredible Victory: The Battle of Midway', '영광스러운 순간 A Glorious Page in Our History: The Battle of Midway, 4-6 June, 1942', '미드웨이의 기적 Miracle at Midway' 같은 제목을 달고 나왔을까요?
하지만 꽤 오래 전부터 일본에서는, 그리고 몇해 전부터는 일본의 자료를 접한 미국에서도 미드웨이 해전의 진행양상에 대한 기존의 시각에 의문을 제기하는 새로운 시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도네의 수상정찰기의 출격지연이 그렇게 결정적인 문제였는지? 미 뇌격기의 공격이 정말로 급강하 폭격기의 공격에 도움을 주었는지, 그리고 일본 함재기들이 막 출격하려는 순간에 치명타를 입게된 '결정적인 순간'이 과연 얼마나 결정적인 순간이었는지. 등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한편, '대체 일본 항모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등장했던 것입니다. 이 책은 이같은 새로운 시각에 기반해 미드웨이 해전의 진행양상을 치밀한 디테일로 해부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두터운 하드커버 한권 분량을 오로지 미드웨이 해전에 집중시켜 극히 디테일한 내용을 담아내었다는 것입니다. 다른 책에서는 '어떤(What)'일이 있었다는 단순한 사실의 서술로 끝날 부분도 이 책에서는 '어떻게(How)'그런 일을 해 냈으며, '왜(Why)'그렇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군의 1차 미드웨이 공격대가 단순히 몇시에 몇대의 함재기가 누구의 지휘아래 날아갔다는 몇줄의 서술로 끝나는게 아니라, 정비병들은 몇시에 일어나서 어떤 순서를 거쳐 함재기를 준비하고, 조종사들은 어떤 절차를 거쳐 함재기에 오르며, 함재기들은 어떻게 비행갑판에 올려져 출격하는지, 그리고 왜 이런 식으로 일련의 출격 절차가 진행되며 때문에 발생하는 제한사항들은 어떤 것인지를 십수페이지에 걸쳐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디테일한 서술 때문에 이 책은 미드웨이 해전이라는 하나의 전투만을 다루고 있지만, 미드웨이 해전이라는 일회성의 사건을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당시의 함대 항공전이 어떤 것인지를 총체적으로 보여줍니다
한편, 풍부한 요도는 진행양상을 글로만 설명했을때 느끼기 쉬운 '엎치락뒤치락 하다보니 결판이 나는 해전'이 아니라, 시간과 장소의 변화를 느껴가며 일목요연하게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특히 함대의 이동상황에 대한 요도 뿐만이 아니라 개개의 공습상황에 대한 요도까지 포함시킨 점은 높게 평가할만 합니다. 또한 다수의 일러스트들도 각 함정의 피해상황 등을 이해하는데 유용합니다.
주석과 부록도 대단히 풍부합니다. 단순히 자료 출처만 밝히는데서 그치지 않고, 상세한 해설을 담고 있는 주석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읽을거리인 동시에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 좀 더 깊이있게 다룬 책들을 소개해주는 '포털 사이트'역할도 충실하게 수행합니다. 부록도 일본측 함정, 항공기, 지휘관, 전투서열, 각종 통계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단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듯 합니다. '일본 항모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미국 항모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한 편입니다. 물론 기존의 미드웨이 해전 서술과의 차이가 일본측에 집중되는 만큼, 미국측에 대해서는 굳이 자세히 언급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일본측에 대한 극도로 디테일한 설명을 읽다보면 이런 깊이로 미국측도 다뤄 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역사적 사실 그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그런 사실을 만들어낸 메카니즘에 관심이 많은 제게는 단 하나의 해전을 다루는 책은 큰 매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드라마틱한 장면보다는 무대 뒤에서 무대장치들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해서 더 관심이 있는 사람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수작이었습니다.
서지 정보
Hardcover: 640 pages
Publisher: Potomac Books (December 15, 2005)
Language: English
ISBN: 1574889230
Product Dimensions: 10.2 x 7.5 x 1.8 inches
Shipping Weight: 3.37 pounds
홈페이지 :
http://www.shatteredswordbook.com/index.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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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RSS 주소 : http://danew.net/warship/rss/comment/84오랜만에 업데이트 하셨군요. 그동안 정말 뵙고싶었습니다.ㅠㅠ
군 복무 혹은 장기출타 중이신 듯 한데 어디 계시든 항상 건승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