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쓰는 서평입니다. 원래는 John Keegan의 The Price of Admiralty: The Evolution of Naval Warfare에 대한 서평이 나갈 차례였는데, 제가 서평 초안을 써 놓은 종이를 잃어버린데다 읽은지도 오래 되어서 두리뭉실한 서평이 될 듯 해서 다음 기회로 미루고,(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사지 마세요!') 그 다음에 읽은 Clash of The Carriers에 대해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보통 제가 군함 관련 원서를 살 때에는(특히 제 돈주고 살 때에는) 사전조사를 열심히 하는 편입니다. 일단 저자가 누구인지, 언제 나온 책인지부터 시작해서 인터넷 서점의 서평, 팬게시판의 책에 대한 반응(좋은 책은 종종 언급되고 인용되죠), 기존에 가진 괜찮은 책들에서 인용된 책인지 등등. 아무래도 가격도 가격이고, 읽는데 들어가는 시간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제목만 보고 덜컥사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한데 이 책을 살때는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다룬 Shattered Swords를 살 때 아마존의 두 권을 묶어 싸게팔기에 이 책이 있었는데, 전쟁 전기의 대표적 항공전과 전쟁 후기의 대표적 항공전을 함께 보며 그 차이를 공부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 덜컥 사버렸죠. 서점을 돌아봐도 필리핀해 해전에 대한 다른 책도 마땅한게 없어보인데다, 값도 $10만 더하면 되고,(배송료를 포함하면 더됩니다만...) 독자 평점도 대체로 호의적이어서 괜찮겠거니, 하고 말입니다.
과연. 그 결과는 실망스러웠습니다. 물론 아무런 소득이 없던건 아니었습니다. 함재수상기의 회수방법 같은건 예전부터 궁금한 부분이었고, 전쟁 전의 교리와는 달리, 전쟁 후기의 미항모에서는 대함공격시에도 한번에 전 탑재기를 출격시키지 않았다던지 하는 부분도 그렇고요. 하지만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 중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불과 10페이지 남짓? 아마 나머지 300여 페이지는 '본전생각'이 아니었으면 못읽었을겁니다.
이 책 전체를 지배하는 분위기는 카메라가 현장에 바짝 붙어서 손에 땀을 쥐게하는 장면으로 가득찬, 박진감 넘치는 '요즘 전쟁영화'입니다. 해전 각 국면에 대해 잠깐 자막이 깔리나 싶더니 갑자기 카메라가 조종석에 고정되어 버리는거죠.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각 조종사들의 일화들을 이어맞춰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은 철저히 독자들의 몫이 되고 맙니다. 물론 함대 항공전의 꽃은 공중전이고, 이런 류의 서술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그래서 아마존에도 별 5개짜리 평점이 많은거겠죠) 공중전에서 누가 누구랑 맞붙어서 어떤 기동으로 승리했는가 보다는, 그 공중전을 지탱해주는 시스템이 어떠했는가에 관심이 있는 제게는 피만 끓다 끝나는 이런 류의 스토리 텔링은 영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이 책을 구입할때 평균 평점만 보지 말고, 이상스럽게 많은 낮은 평점의 숫자와, 그 내용을 찬찬히 살펴봤으면 이런 실패는 아마 없었을겁니다. 역시 무엇을 사건, 좋다는 평가보다는 나쁘다는 평가가 훨씬 참고가 되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올리는 서평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군요. :)
p.s. 이 책의 저자인 Barret Tillman은 히스토리 채널의 Dogfights 시리즈에도 종종 해설로 출연하더군요. 역시 공중전을 전문으로 하는 저자인 것 같습니다. 그것보다, 저 시리즈에 해설로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_-;
서지정보
Author : Barrett Tillman
Paperback: 368 pages
Publisher: NAL Trade; Reprint edition (November 7, 2006)
ISBN-10: 0451219562
ISBN-13: 978-0451219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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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RSS 주소 : http://danew.net/warship/rss/comment/87강남 교보문고에 이거 팔고 있더군요;; 가끔씩 교보문고가 책을 들여오는 기준이 뭔지 궁금해 지는 경우가...
아. 그랬었죠. 작년 말인가에 놀러갔을때 본 기억이 납니다. 생각해보면 교보에도 간혹 괜찮은 책들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요즘엔 서점 순방을 안해서 좋은 기회를 많이 놓치는 것 같네요. 역시 귀차니즘 탓이 큰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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